멤버들의 면면만 보면 업계를 호령해야 함이 마땅했고 우리의 지구레코드도 덕분에 1집을 라이센스했지만 단명하고 사라진 수많은 멜로딕 하드록 밴드들 중 하나가 돼 버린 Westworld의 마지막 앨범. 사실 이들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런 운명을 맞게 된 것도 이해되는 것이 Tony Harnell의 수려한 보컬을 뺀다면 구리지는 않더라도 돋보이는 것도 딱히 없는 것이 애매하기 그지없다. 연주는 어쨌든 번뜩이는데 그 멜로디감각들 어디 갔는지 궁금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보니까 난 세 장이 다 있다. 이유야 별 거 없고 저 멜로디감각 문제 덕분인지 싸게 잘 나와서 그렇다. 저 멜로디감각 문제 때문에 자랑할 곳도 별로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그런 면에서 “Cyberdreams”는 이제서야 밴드가 원래 갖고 있던 감각들을 제대로 살려내기 시작했던 앨범이다. Danger Danger풍 키보드에 수려한 멜로디를 얹어내는 ‘A Million Miles’, 귀에 꽤 잘 들어오는 발라드 ‘Look to See’, Vicious Rumours가 잘 쓰던 류의 경쾌한 분위기의 리프가 돋보이는 ‘When I Come Home’ 등 곡들이 각자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다. 앨범 초반에 비해 뒷부분이 꽂히는 맛이 덜하다는 게 아쉬움이겠지만 그렇다고 뒷부분 스킵하지 말라고 ‘Neon Knights’의 커버를 실어주고 있으니 앨범을 끝까지 돌려보게 할 재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낼 수 있는데 문 닫았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하긴 90년대 후반에 데뷔한 멜로딕 하드록 밴드가 뒤로 갈수록 앨범이 좋다는 점이 생존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밴드의 팔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물론 충분히 잘 나가는 이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얘기는 아니지만.

[Z Record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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