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kyo Blade의 5집. 나름 NWOBHM에서는 누구나 안다고까진 못해도 무시할 수 없을 묵직한 이름이라지만 밴드명이나 등장한 시기나 모로 봐도 주목할 이유가 없어보여서였는지 이 밴드에 대한 얘기를 주변에서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고, 그 중에서도 이 앨범에 대한 얘기는 정말로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접한 Tokyo Blade의 앨범은 하필 본작이었으니 아마도 밴드의 앨범들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라이센스된 앨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Noise의 걸작들이 서울음반에서 심심찮게 나오던 시절이었다.
생각해 보면 라이센스가 돼서 그렇지 사람들이 이 앨범을 반길 이유는 딱히 없었던 것이 밴드의 클래식 라인업은 벌써 깨진 지 꽤 됐고 오리지널 멤버는 Andy Boulton밖에 남지 않았으며(말하자면 홍철만 남은 홍철팀 같은) 멤버를 떠나서 “Blackhearts & Jaded Spades”부터는 예전의 그 음악 어디 갔냐는 식의 혹평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Andy Boulton이 다시 자기 빼고 멤버들을 다 갈아치웠는데… 데리고 온 멤버들이 Dead Ballerinas라는 알 수 없는 밴드의 멤버들이었으니 이거 멀쩡하기는 한 앨범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청자들의 분노가 묻어나는 앨범의 세평에 비해서는 나로서는 좋게 들었다. 이거 키보드는 자꾸 왜 들어가며 쓸데없이 고쓰풍인 보컬은 뭐냐는 게 대개의 얘기들일 텐데, 고쓰나 글램이나 키보드나 적당히 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게 그리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Chains of Love’ 같은 곡은 어쨌든 거슬리는 보컬(어찌 들으면 Vince Neil 같기도 하다)만 제외하면 “Slide In It” 시절의 Whitesnake나… Joe Lynn Turner가 마이크 잡던 시절의 Rainbow를 연상할 만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말하자면 Iron Maiden 물 많이 먹은 류의 헤어메탈을 찾는다면 의외의 정답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싸게 나온다면 일청을 권해본다.
[Hot Blood,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