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eland의 다섯 번째 앨범. 사실 “Immortal Pride” 때부터 슬슬 선보였던 Graveland식 심포닉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지만, 밴드가 이전에 보여주던 비장미와 pagan 스타일을 제대로 찾아볼 수 있는 건 이 앨범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이 앨범까지의 Graveland가 중세풍을 앞세워 그네들의 민족혼…을 지키는 피냄새 나는 전사의 모습을 그려내는 편이라면 “Memory and Destiny”부터는 갑자기 신화와 판타지의 세계로 침잠하면서 NSBM계의 Rhapsody를 노리는 듯한(솔직한 생각으로는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Graveland 신작이 나올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던 NSBM 앨범을 구해서 듣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얘기도 “Memory and Destiny”부터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런 면에서 블랙메탈 밴드로서 Graveland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Immortal Pride”이 밴드 기존의 스타일에 가까웠지만 심포닉해지면서 늘어지는 경향이 역력했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길긴 하지만)좀 더 짧아지고 극적인 면모도 강해졌다. 업계 최고의 왕따라는 Rob Darken의 명성…에 맞지 않게 이전의 앨범들은 어쨌든 Capricornus가 꾸준히 드럼을 맡아 줬는데, “Immortal Pride”에서 Capricornus의 드럼은 아무래도 잘 친다기는 좀 곤란했으므로….드럼머신을 썼다는 게 단점이라고 보기도 어렵겠다. ‘Tyrants of Cruelty’나 ‘White Beasts of Wotan’에서는 리프의 힘도 여전히 살아 있다. NSBM의 불한당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악당다운 모습을 보여준 앨범이었을 것이다.

[No Colour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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