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Celtic Frost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름이지만(멤버 중 한 명은 이름이 무려 T. Warrior다) 정작 음악은 그라인드코어를 연주하고 있는데다 멤버도 단촐하게 둘이서 이것저것 죄다 하고 있는 모습이 돋보이는 뉴저지 출신 밴드. 그런데 아무래도 이름 따라갈 수밖에 없어서인지 그라인드코어의 전형보다는 좀 더 스래쉬/데스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음악을 연주하는 편이다. 그라인드코어를 많이 듣지는 않지만 듣다 보면 때로는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려는 욕심이 과했는지 무지막지하지만 갈 길을 잃은 듯한 복잡하되 난삽한 리프가 난무하는 사례들을 은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그보다는 훨씬 심플하고 직선적인 전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War Grind Hell”은 metal-archives에 의하면 밴드의 첫 번째 EP인데, 테이프로만 나온데다 당연할 정도로 형편없는 음질을 생각하면 이걸 굳이 데모가 아니라 EP라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런 와중에 형편없는 음질을 뚫고 나오는 밴드 특유의 ‘그루브’와, Napalm Death나 Terrorizer 같은 장르의 클래식들을 연상케 하는 힘있는 전개는 그라인드코어가 조금은 낯설더라도 데스메탈에 단련되어 있다면 흥겹게 듣기에 충분해 보인다. ‘Comdemned System’ 같은 원곡에 충실한 커버곡이 자작곡들과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고 있다고 한다면 이 밴드의 스타일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밴드들이 많이들 그렇듯이 스플릿이다 EP다 몇 장 내다가 오래지 않아 망해버린 듯하지만 그저 그런 밴드들 중 하나로 넘겨버리기는 좀 아깝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게 들었다.

[Self-financed,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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