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iction의 “Moon Blood”도 나왔으니 함께 들어보는 Moonblood의 1집. 독일 블랙메탈의 레전드라는 평가도 많고, Moonblood로 이름을 바꾸기 전의 시절까지 포함하면 1988년경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이 장르에서 이보다 더 빨리 활동을 시작한 밴드라면 노르웨이의 1세대들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밴드의 음악이 레전드 소리를 들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딱히 없고, 아무래도 이 밴드의 이름값은 음악 자체보다는 일단 CD로 앨범을 낸 적이 없는지라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도 앨범 구하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점 때문이라는 게 더 맞아 보인다. 웃기는 건 진정한 블랙메탈이라면 응당 CD로 앨범을 내면서 팔아먹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외치던 이 밴드가 정작 자기들 데모는 전부 다 CD로 발매해서 팔아먹고 있는지라… 충실한 언더그라운드의 수호자라기보다는 그냥 업계 최고의 청개구리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 놓고 정작 정규반은 또 CD로 내질 않으니 그 청개구리의 속내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의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는 일단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CD 발매가 된 적이 없으므로(위 커버는 Sombre에서 나온 재발매 버전이다) 오리지널의 가치가 더욱 높다…는 점이겠지만, 나처럼 부틀렉 CD로 구한 이에게는 그건 큰 의미가 없는 얘기다. 상태 나쁘잖은 오리지널을 사려면 대충 500유로 정도는 생각해야 하는 수준인데, 이런저런 트리비아를 떠나 앨범에 담긴 음악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500유로 이상 주고 살 만한 물건이냐면 그건 아닌 것 같으므로 이런 앨범은 부틀렉 CD로 구해도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밴드 본인들이 블랙메탈 하면서 앨범 팔아먹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하기도 했고.
음악은 “Transylvanian Hunger” 시절의 Darkthrone과 초창기 Burzum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사실 그보다는 트레블이 좀 많이 과해 보이는(달리 말하면 찢어지는 듯한) 조악한 음질로도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강조되는 스타일인데, 평이한 도입부를 지나 격렬한 트레몰로가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Shadows’에서 이런 면모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편이다. 그런가 하면 ‘…And Snow Covered Their Lifeless Bodies’의 클린 톤 연주나 ‘Blut & Krieg’의 Bathory풍 인트로는 이 밴드가 의외일 정도로 드라마틱한 전개에 일가견이 있었음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는 Moonblood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epic’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지도.
[Majestic Union,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