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 Moonblood를 들은 김에 역시 간만에 꺼내 보는 Moonblood의 정규 2집. 물론 “Blut & Krieg”와 이 앨범 사이에는 꽤 많은 데모와 스플릿 앨범이 나왔으니 저 1집과 마찬가지로 ‘정규 2집’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2000년에는 이 앨범 말고도 Deathspell Omega와의 스플릿 앨범이 나왔는데 이 스플릿이 본작보다 더 좋으므로…. 이래저래 손이 덜 가는 앨범이기도 하다. 굳이 얘깃거리를 찾아본다면 밴드 역사에서 처음으로 블랙메탈 좀 들었다면 그래도 이름 좀 익숙할 레이블에서 나온 첫 앨범(이자 밴드의 마지막 제대로 된 스튜디오 앨범)…이긴 할 텐데, 2000년의 End All Life는 (나온 앨범들이 거의 다 괜찮긴 했지만) 수많은 듣보 레이블 중 하나래도 별 할 말 없는 곳이었으니 그것도 좀 그렇다.
우리네 독일메탈 맛 좀 보라는 앨범명답게 앰비언트 인트로도 걷어내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보여주려나 하는 예상으로 이 앨범을 보통 접하지만 음악은 사실 “Blut & Krieg”보다 좀 덜 거칠고 비교적 더 멜로딕한 리프를 선보이는 스타일이다. 굳이 앨범명에 비춰 본다면 노르웨이의 클래식 스타일에 가까었던 전작들에 비해서는 Sodom이나 Iron Angel 식의 독일 스래쉬를 의식한 듯한 전개를 보여준다랄 수 있겠는데, 덕분에 좀 더 질주감 있는 드러밍을 만나볼 수 있지만 단조로운 패턴과 늘 그랬듯이 상당히 곤란한 음질 덕에 답답함을 벗어날 수는 없다. 구리려면 일관되게 구리던가 때로는 시끄러웠다가 때로는 베이스가 붕붕대는 녹음 상태는 Moonblood의 디스코그라피에서도 손꼽히게 곤란하지 않은가 싶다.
그래도 ‘Sarg & Tod(Part II)’나 ‘A Walk in the Woods’ 같은 곡에서는 노르웨이 스타일이 아닌 독일풍 짙은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고, 듣다 보면 Eternity 등 후대의 독일 블랙메탈 밴드들이 Moonblood의 어떤 모습을 참고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딱 거기까지.
[End All Lif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