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출신 밴드의 2집. 이 밴드의 특징이라면 USPM과 블랙메탈의 기운 강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인데, 사실 헤비메탈의 그림자 짙은 블랙메탈이야 그리 드문 건 아니지만(이를테면 Satan’s Host라든가) 이만큼 ‘전통적인’ 형태의 헤비/파워메탈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사례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드물어 보인다.

보컬은 블랙메탈의 모습이 많지만 사실 클린 보컬로도 꽤 잘 부르는 편이고, 연주는 아무래도 Eternal Champion 같은 밴드의 스타일보다는 좀 더 트레몰로도 두루 써먹는 등 블랙메탈의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면모가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Frostwyrm Calvary’일 것이다. 결국 파워메탈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기타 연주이지만 거친 보컬과 기타를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드럼은 블랙메탈의 그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결국 밴드의 전략은 파워메탈과 블랙메탈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극적인 면모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이 밴드의 특징 중 하나는 중간중간 Dokken 같은 밴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팝적인 구석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Beneath Black Wings’ 같은 곡에서 소시적의 Whitesnake(물론 연주는 그보다 좀 많이 못하지만)를 느꼈다면 과장이려나? 앨범을 이루는 다양한 리프들에서 다양한 메탈 히어로들의 흔적을 짚어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무척 재미있게 들었는데 데뷔작인 “Fell Sorcery Abounds”가 이 이상의 걸작이라니 구해 봐야겠다.

[No Remors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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