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FM의 1987년작. 물론 80년대 많은 프로그 밴드들이 그랬고, 이미 이들도 “Suonare Suonare”부터는 프로그 물 많이 빠진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덕분에 이 앨범을 접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Invisible Touch”나 “90125”도 나름 좋게 들었던지라 피할 필요까진 없었을 건데 어떻게 봐도 밴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저 커버와 앨범명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컨셉트가 된 Josephine Baker는 유색인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타이자 민권운동가였다는데 나로서는 생소한 인물이기도 하고… 딱히 PFM이라는 밴드와의 접점도 없어 보이니 거기서 흥미를 얻었을 리도 만무하다. 어찌 됐건 뒤늦게나마 접했다.
그렇게 접한 앨범은 당연히 70년대의 묵직한 심포닉 프로그와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었다. ‘Prima Che Venga La Sera’부터 터져나오는 토요일밤의 열기풍 분위기나 ‘Finta Lettera D’addio Di Una Rock Star Per Farsi Propaganda’의 디스코 비트는 아마도 이 앨범을 굳이 구했을 프로그 팬들을 당혹스럽게 하기 충분해 보인다. 물론 연주도 그렇고 멤버들의 뮤지션십만큼은 건재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팬들의 당혹감을 질타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애초에 프로그 팬이 아니었다면 PFM의 87년작을 굳이 수고스럽게 구할 일도 (아마도)없었을 것이고, 프로그와 상관없는 일반 팝 팬에게 양질의 영미 팝을 제쳐두고 한물 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탈리아 밴드의 팝 앨범을 들으라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Colazione A Disneyland’의 트로피칼 리듬 연주는 나름 프로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가 있고, 애초에 PFM 같은 이탈리안 심포닉 프로그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생각한 이라면 밴드의 어느 앨범보다도 덜 클래시컬하고 그 빈자리는 적당한 재즈풍과 조금은(가끔은 좀 많이) 싼티나는 호른 섹션으로 메꿔주는 이런 앨범이 더 취향에 맞을지도. Formula 3처럼 그냥 문닫아 버리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남아 있는 게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Ricordi,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