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ulus Kressman의 원맨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하다 보니 안되겠다 싶었는지 정규작 한 장 낼 때마다 멤버가 하나씩 늘어나는 보기 드문 행보를 보여주는 이 밴드의 음악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chaotic’한 면모와 블랙메탈의 기운 강한 데스메탈…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류의 강경파 밴드 치고는 꽤 다양한 모습들을 앨범에 담아내는 게 이들 나름의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Blasphemy풍 war-metal도 등장하지만 가끔은 꽤나 뒤틀린 리프를 선보이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도 확실하게 달려주는 면모도 빼놓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현재까지의 최고작일 이 2018년에서 밴드는 그 다양한 모습들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혹자는 둠메탈의 기운이 느껴진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하지만 이 미드템포의 블랙메탈에서 휘몰아치는 기운보다는 묵직함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점진적인 전개의 ‘The Universe in Three Parts’나, 빠르게 몰아치는 가운데 나름 ‘고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I Am the Way, the Treuth and the Knife’ 같은 곡은 전작까지의 밴드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레시브라기엔 가는 길이 많이 다르고, 그보다는 80년대 후반 미드템포로 음습한 분위기를 구현하던 부류의 클래식 데스메탈을 많이 참고한 음악이라 하는 게 맞아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 분을 지금의 Demoncy의 드러머 자리에 앉힌 데는 이 앨범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세상의 컬트를 빙자한 각종 똥반들만 골라서 내나… 싶은 곳이 되어 버렸지만 이 앨범이 나올 때만 해도 Nuclear War Now!는 개인적으로 가장 믿고 사는 레이블이기도 했다. 나름대로는 괜찮은 시절이었던 셈이다.
[Nuclear War Now!,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