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Radio Silence의 2012년작. 사실 Ben McLees가 중심이 되어(Naevus의 다른 멤버들을 끌어들여서) 만든 프로젝트지만, 그래도 2008년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걸 보면 그 멤버들도 이 밴드를 단발성 프로젝트마냥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씬에서는 관심을 얻었던(물론 금전과는 무관했던) Naevus와는 달리 This is Radio Silence의 반응은 확실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Ben McLess의 이런저런 인터뷰들을 보면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이거 좀 아닌가 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들을 은근 발견할 수 있다.

이 2012년작은 그 인터뷰들에서 Ben McLees가 This is Radio Silence의 방향성을 잡은 앨범이라는 취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정작 들어 보면 이 밴드의 다른 앨범들과는 음악이 많이 달라서 의외스럽다. 어찌 됐든 인더스트리얼과 EBM이 중심에 선 음악을 들려준 다른 앨범에 비해 이 앨범에서는 포스트펑크 – 내지는 고딕 록 – 의 그림자 짙은 ‘밴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어찌 들으면 “Songs of Faith & Devotion” 시절의 Depeche Mode를 좀 더 어둡고 거칠게 변주한 뒤 Christian Death풍 멜로디로 풀어간다는 느낌인데, 그래도 Ben McLees의 보컬이 그렇게 ‘고딕’ 스타일도 아닌데다 ‘Our Saving Grace’나 ‘La Muerte De Una Estrella Es Un Ojo’ 같은 곡들에서 묻어나는 The Smiths식 브릿 팝의 기운 덕분에 이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한 편이다. 이런 스타일을 언젠가 Naevus의 앨범(아마도 “Curses”)에서도 발견한 것 같으므로… 두 밴드의 유사점을 찾으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꽤 재밌는 시간이었다.

[Disconnected Music,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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