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거는 안 올라오고 어디서 이런 ‘개뼉다구 같은'(혹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어옴) 거만 올리고 있냐는 혹평을 불식코자 간만에 장르의 클래식 한 장. 그러니까 내가 직접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이 블로그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볼 것 별로 없고 실제 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이 블로그에 굳이 이런 지적질과 함께 리퀘스트를 남기는 이의 성정이 어느 정도는 예상되건만 그런 반응마저 무시하지 않고 이렇게 대꾸해 주는 모습에 쓸데없는 자화자찬을 날려본다. 이 블로그가 생긴 이래 가장 쓸데없는 부분일 것으로 여겨질 얘기는 이만 정리하고.
스래쉬메탈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라는 거야 이견이 없겠지만 밴드의 커리어 전반을 살펴보더라도 아마도 이 즈음에 Dark Angel이 이런 앨범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한 이는 별로 없지 않았을까? “We Have Arrived”는 스래쉬메탈의 단초는 훌륭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어쨌든 헤비메탈의 그늘이 짙은 앨범이었고, 이후의 “Time Does Not Heal”이나 “Leave Scars”는 밴드에게 리프에 탐닉하는 복잡한 작풍이라는 이미지를 씌워주었으니 이 앨범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건 사실 조금은 이질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Metallica와 Megadeth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보고 벤치마킹한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완성도를 떠나서 “Darkness Descends”의 폭력성을 밴드가 다시 보여주지 못한다는 건 아쉬울 일이다.
어쨌든 이 앨범에서 Dark Angel은 Slayer와 더불어 당대의 스래쉬 밴드들 중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임을 보여주고 있다. Dave Lombardo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놓기 충분한 Gene Hoglan의 드러밍이 있고, Jim Durkin과 Eric Meyer는 복잡한 시도 없이 스래쉬메탈의 전형에 충실하면서도 탄력적인 리프를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을 데스래쉬 앨범이라 하기는 좀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데스메탈의 스타일에 다가가 있는 Don Doty의 보컬도 그러한 분위기에 기여한다. 밴드의 이후 대곡 성향을 일견 엿보게 해 주는 ‘Black Prophecies’ 까지도 스래쉬의 전형에 다름아닌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어찌 보면 “Hell Awaits”의 후속작으로는 “Reign in Blood”보다는 이 앨범이 좀 더 어울리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더 원초적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Combat,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