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Black Sabbath풍 ‘클래식’ 스타일의 둠 메탈 밴드. 사실 이런 류의 음악이 원래 둠 메탈의 원류였다 하는 게 맞겠고 나름 적절한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처럼 둠 메탈이란 단어를 Winter나 Skepticism 같은 밴드들로 접한 사람이라면 이런 밴드들을 ‘둠 메탈’이라 부르는 건 뭔가 어색함이 없지 않다. Black Sabbath가 둠 메탈에 영향을 줬다는 거야 누구도 부정하지 않겠지만 Black Sabbath는 엄연히 헤비 메탈 밴드이지 이 밴드를 둠 메탈 밴드라고 부르는 이는 없지 않느냐… 하는 것도 나름의 논거다. 요새도 이런 거 갖다가 논쟁하는 사람이 있냐고 한다면… 내가 생각해도 없기는 하다. 뭐 그런 얘기도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익스트림메탈이라 뭉뚱그려 분류되는 음악들 중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라면 블랙메탈이나 데스메탈보다도 둠, 그 중에서도 고딕이라고도 불리는 둠-데스 류를 제외한 퓨너럴 둠 쪽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굳이 둠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좀 더 진입장벽이 높은 쪽은 이런 류의 음악이 아닌가 싶다. 자칫하면 둠이 아니라 그냥 달리는 맛도 없고 맥아리도 없으며 새로울 것도 하나도 없는 헤비메탈처럼 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면에서 이 밴드는 꽤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인데, 솔직히 밴드가 자신들을 소개하는 ‘Witchfinding Metal of Doom’이란 용어가 아니었다면 이 음악을 굳이 둠이라 부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충분히 프로그하고 충분히 달려주며 때로는 화려한 보컬 멜로디까지 보여주는(특히 ‘Harvester of Sinful Souls’) 스타일은 차라리 파워메탈에 가까워 보인다. Cathedral스러운 질감이 있지만 Jeff Loomis식의 손맛이 느껴지는 리프도 장르의 통상과는 나름 거리가 있다.
그래도 ‘Antecclesia’나 ‘Ecclesia Militans’ 같은 곡은 확실히 Cathedral 같은 느낌이 있는 만큼 Black Sabbath식 ‘둠 메탈’을 좋아하는 이라도 굳이 피할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어찌 생각하면 이들이 따라한 Black Sabbath는 1집이 아니라 훗날의 Tony Martin이 노래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러면 그걸 둠이라고 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Aural Music,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