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유명한 앨범을 올리면 추억의 인물이 댓글을 남기거나 연락이 오는 경향이 있어 간만에 들어보는 한 장. 지금이야 이 앨범 이후의 앨범들도 그렇고 본인의 이런저런 활동도 그렇고 업계 최고의 어그로꾼 중 하나로 여겨지는 Kanwulf지만 이 때만 해도 이미지는 지금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하긴 이제는 Kanwulf라는 이름 자체도 쓰지 않고 있으니 똑같다고 여기는 사람도 없긴 하겠구나.

그냥 Darkthrone과 Burzum 많이 듣고 포크 바이브 좀 집어넣은 블랙메탈이라는 인상의 “Herbstleyd”를 넘어, 여전히 No Colours에서 나왔고 곡명에도 Burzum 빠돌이의 기운을 머금고 있으며 2차대전 당시 군에 복무했던 친지들의 사진까지 포함시켜 놓은 이 앨범은 밴드에게 네오나치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주었다. 이후의 Kanwulf의 행보를 생각하면 아니긴 아닌갑다 하겠지만 NSBM을 말하매 흔히 떠올리곤 하는 요소들을 이만큼이나 빠짐없이 가지고 있는 앨범도 별로 없었다. Graveland의 “Creed of Iron”과 함께 그 즈음 가장 주변에서 인기 많았던 ‘2001년의 NSBM 앨범’으로 꼽혔던 기억도 있다. 물론 전자는 2000년작이고 후자는 NSBM이 아니었으니 빵점짜리 선정이었던 셈이지만 나만 무식했던 건 아니었다 정도로 넘어간다.

잘 만든 리프 하나로 지나치게 반복해서 우려먹는다는 밴드에 대한 인상을 굳건하게 해 준 앨범이기도 한데, 달리 말하면 그만큼 ‘killer’ 리프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런 밴드의 인상을 굳건하게 만든 곡이자 밴드 최고의 아웃풋인 ‘Black Metal Ist Krieg’, Moonblood의 오리지널에 딱히 떨어지지 않아 보이는 ‘The Gates of Eternity’, 은근히 Graveland의 분위기를 풍기는 ‘Seven Tears are Flowing to the River’ 등은 이 밴드를 어쨌든 한때 넘쳐났던 Darkthrone이나 Burzum 따라쟁이 골방 밴드들과는 비교 자체를 불가하게 만든다. 물론 리프 너무 반복해서 써먹는다는 건 모든 곡에 적용될 얘기지만 사실 그런 블랙메탈 밴드는 이들 말고도 너무나도 많다. 솔직히 2020년 즈음 내한공연 얘기 나올 때(안 오긴 했다만) 좋아한 사람들 나름 많지 않았나?

[No Colour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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