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앨범 얘기 하는 김에 장르를 바꿔서. 물론 오리지널은 못 살 것 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매물이 잘 안 나오는데다 나오더라도 LP 한 장에 150파운드를 호령하는 물건이므로 별로 생각 없었고… 하지만 이 시절 브리티쉬 싱어송라이터를 꼽는다면 으레 들어가곤 하는 앨범임은 들은 바가 있었다(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 안 남). 말하자면 2012년에 Beyond the Moon에서 재발매되지 않았더라면 나 같은 사람은 아마도 들어볼 일 없었을 앨범이라는 얘긴데, 그러고 보면 재발매라는 영역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견주어도 돋보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긴 그것도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니 이제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면 꼰대 소릴 면치 못할지어다. 여기까지 하고 넘어간다.
사진상으로는 80년에 웬 모드족인가 싶은 바가지머리 헤어스타일이 돋보이는 그냥 으레 볼 수 있었던 브리티쉬 여류 싱어송라이터처럼 보이지만 담긴 음악은 출중하다. Maria Barton의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단정한’ 스타일의 포크인데, 이게 포크보다는 하드록/헤비메탈로 먹고 살던 레이블에서 나온 것도 의외지만(뭐 포크가 아예 안 나오는 곳은 아니었으니) 이 소박한 음악에서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의외다. 러브송도 있지만 그저 로맨틱함으로만 승부하는 앨범이 아니라는 점(‘One Time I went to Holland’이나 ‘When I’m a Spaceman’)도 마음에 든다. 메탈헤드 인생을 살다가도 가끔은 일반인 코스프레가 필요할 때라면 더할나위없는 선택이기도 한데… 뭐 그런 실용적인 측면을 떠나서 나는 아주 좋게 들었다. 감명받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Airship,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