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이래 지금까지 언제 빛본 적이 있었나 생각하면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캘리포니아 헤비메탈 밴드…라지만 은근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유명인사들이 짧게나마 몸담았고 음악도 동시대의 최고였다기엔 뭔가 아쉬우면서도 웰메이드 소리를 듣기에는 충분했던 Leatherwolf가 그래도 가장 빛 좀 봤던 시절을 꼽는다면 이 3집일 것이다. “Endangered Species” 이후 메이저 맛을 잠깐이나마 보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런 덕분이었는지 소위 블루컬러 파워메탈에 가까웠던 음악은 이 앨범에 와서 적당히 헤어메탈 물을 먹으면서 좀 더 ‘차트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긴 레이블이 Islands인데 계속 예전같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헤어메탈 얘기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밴드의 본진은 정통 헤비메탈이었고, 트리플 기타 덕분인지(무슨 Iron Maiden도 아니고) 질주감이라는 면에서는 스래쉬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타 메탈 밴드들을 뛰어넘는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글램 분위기 깃든 탁월한 튠을 보여주기도 한다(‘Hideaway’나 ‘Thunder’). 그런 면에서는 W.A.S.P의 좀 더 착해 보이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사실 ‘Rule the Night’ 같은 스피드메탈(이라기보다는 Accept풍)이나 뛰어난 헤비메탈 인스트루멘탈인 ‘Black Knight’ 같은 곡을 듣자면 왜 앨범을 굳이 이런 스타일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레이블은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Crimson Glory나 Fifth Angel 같은 류를 기대한 이에게는 다음 앨범부터는 안 사도 되겠다는 뼈아픈 감상을 얻었을 법한 구석도 있다.
그래도 나처럼 메탈이라면 줏대없이 이거저거 다 좋게 들리는 이에게는 이만한 앨범도 많지 않다. 멋대가리 없는 커버 덕분에 중고매장 악성재고로 오랫동안 먼지 뒤집어쓰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가성비도 훌륭하다 할 수 있겠다. 요새라고 비싸게 팔리고 있을 리 없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장 장만해 보심도.
[Island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