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따금 얘기한 적이 있긴 하지만 나는 James Murphy가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데스메탈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이 분의 커리어가 대개 데스메탈에 편중되어 있기도 하고 그 중에는 데스메탈 역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앨범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Cause of Death”나 “Spiritual Healing”, “Death Shall Rise”처럼) 그 앨범들에서 James Murphy의 역할은… 중요하긴 하지만 대체 불가한 역할은 아니었으며 결국은 훌륭한 솔로잉 능력도 겸비한 세션맨 수준 이상을 벗어나진 못한다는 게 사견. 그렇다면 이 저니맨 형님의 커리어에서 드물게(라기보단 사실상 유일하게) 자기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데스메탈 앨범이라면 결국은 “Dreams of the Carrion Kind”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Disincarnate마저도 James Murphy의 프로젝트성 밴드냐, 아니면 다른 사례들과 같이 원래 있던 밴드가 월드와이드 레벨로 보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데스메탈 인력풀 가운데 마침 시간도 되고 실력도 되는 사람을 찾자니 James Murphy가 또 걸려든 것인지 논란이 없진 않은 듯한데, 밴드의 데모 녹음에까지 참여한 인사를 그냥 일개 세션맨이라고 한다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어쨌든 이번에 재발매가 돼 준 덕분에 이젠 나 같은 사람도 데스메탈의 그 소소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일단 의미는 충분하지 싶다.
뭐, 데모라지만 Scott Burns가 프로듀스하기도 했고 음질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편이고, Alex Marquez(Malebolent Creation의 그 분)이 맡아 준 드럼 덕분에 데뷔작보다도 드럼은 좀 더 화끈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데뷔작에서 다 들어본 노래이긴 하지만 데모답게 적당히 좀 더 거칠게 녹음된 연주도 그 시절 데스메탈에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애초에 “Dreams of the Carrion Kind”를 별로 안 좋아한 이라면 아무래도 그 ‘지나친 프로그함’이나 ‘밋밋한 보컬’이 이유일 테니 그런 이에게는 이 데모가 더 취향에 맞을지도. 재발매반에는 ‘Deadspawn’의 라이브도 보너스로 끼어 있으니 더욱 반갑다. 그 보너스까지 합해야 4곡에 20분 정도라서 본전 생각은 어쩔 수 없다는 게 문제긴 한데… 아마 그건 2024년에 Disincarnate의 이름을 보고 신난다고 앨범을 사는 사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Self-financed,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