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블랙메탈의 거물…이라고 하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거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좀 더 곤란해 보이는 Necrolord(Naer Mataron과 Acherontas의 그 분)가 씬의 정력적인 워크호스 V.P.Adept를 끌어들여 굴리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 사실 아무래도 이 두 분의 가장 잘 알려진 활동은 Acherontas가 아닐까 싶고, 이거저거 열심히 하지만 그렇다고 A급이냐고 묻는다면 사견으로는 20%씩은 부족해 보이는 분들인지라 2017년의 “We Will Be Watching: Les cultes de Satan et les mystères de la mort”가 되게 좋았다는데 나로서는 이 2집이 처음이다. 하긴 정규반이라고는 딱 두 장 나왔으니 크게 문제될 것까진 없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그리스 블랙메탈에서 꽤 흔한 편인 헤비메탈의 그림자 강한 기타 리프 중심으로 오컬트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류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하긴 Naer Mataron 때부터 이런 리프에는 꽤 일가견을 보여준 Necrolord였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지도? 하지만 정작 이런 스타일의 전형이랄 수 있는 ‘Thorns for My Damnations’에서는 쇼팽의 장송행진곡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는데다, 소프라노 보컬에 바이올린까지 곁들이는 연주, 과장 좀 섞으면 뒤틀린 해먼드 연주를 재현하는 듯한 신서사이저를 동반한 분위기 스푸키한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들리기도 하는 ‘Night of the Desecration’ 같은 곡들은 이 밴드가 나름의 ‘헤비메탈풍’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런 면에서는 그리스 블랙메탈의 전형같은 요소들을 전형적이지 않게 조합한 류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Naer Mataron의 연주로 Septic Flesh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듯하다고 한다면 과장이려나? 확실한 건 이 밴드가 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꽤 일가견이 있다는 점이다. 멋진 앨범이다.
[Iron Bonehead,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