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록과 네오프로그에 일렉트로니카와 포크를 버무린 음악을 자처하고 있는 영국 밴드의 데뷔작. 그런데 Dream Theater 짝퉁 밴드들이 예산부족으로 가내수공업으로 적당히 커버 때우면서 흔히 쓰곤 하는 저 폰트가 무척 눈에 거슬린다. 사실 Dream Theater도 저 폰트도 이 점에 있어서는 죄는 없겠고, 앞서 이 데뷔작을 들어봤다는 이에 의하면 Rush 좋아하면 꽤 괜찮을 것이라는데 어쨌든 첫인상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하필 또 영국 출신인지라 앨범을 파운드화(와 가볍잖은 배송료)로 사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현실은 이렇게 대개 냉혹하다.

그런데 음악은 기대보다 괜찮다. 사실 Rush를 갖다 댈 것은 아닌 것 같고 스타일상으로는 “Beware of Darkness” 시절의 Spock’s Beard와 Big Big Train(또는 좀 더 밝은 분위기의 IQ) 같은 음악을 잘 버무린 듯한 음악인데, ‘Pillars of Petra’ 같은 중동풍 짙은 곡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둘 중에서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Mark Cunnigham의 보컬이 Neal Morse보다는 좀 더 AOR풍에 가까운 덕분도 있을 것이다. ‘Vigil’ 같은 곡의 서정에서는 Camel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말하자면 잘못하면 서정에 가라앉아 징징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인데, 그래서인지 댄서블할 정도의 에너제틱한 전개에 잠시 서정을 뒤로 하고 고음을 질러주는 Cunningham의 보컬이 돋보이는 ‘Rose and Pink’ 가 앨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이 밴드가 주목받을 가능성은 어쨌든 낮겠지만 돈을 건다면 주목받는다에 걸고 싶다(만 돈이 없구나). 꽤 즐겁게 들었다.

[Self-finance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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