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Lacuna Coil 류의 소위 ‘팝고딕’ 음악을 딱히 좋아하지 않고 사실 이런 음악들에 고딕 레떼르를 붙이는 자체가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지만 어쨌든 ‘고딕 메탈’ 분야의 최고 락스타를 꼽는다면 Lacuna Coil을 제쳐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Evanescence 같은 밴드에까지 고딕 얘기가 나오게 할 정도로 ‘고딕’을 대중화시킨 장본인들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Evanescence는 내가 생각하는 고딕과는 백만년은 거리가 있는 밴드인지라 그 대중화가 좋은 것이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으니 이래저래 내가 판장사 할 팔자는 아니었던 건 더욱 분명해 보인다. 각설하고.

그래도 “Comalies”까지는 멜랑콜리를 강조하면서 스타일은 많이 달랐지만 Sirenia 같은 밴드들과도 비교할 구석이 있던 음악을 보여주었던 Lacuna Coil이 본격적으로 고딕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던 것은 “Karmacode”라고 생각한다. 앨범 시작부터 드롭 C 튜닝으로 코어 리프를 갈겨주는 모습을 보면 대중화의 장본인 정도가 아니라 Evanescence에게 고딕 얘기가 나오게 한 것은 바로 Lacuna Coil의 업보…라는 생각이 든다. 절창이라고는 못해도 견실한 보컬을 들려주는 Cristina Scabbia와 Andrea Ferro의 보컬이 빛나는 순간들이 있지만(‘You Create’와 ‘What I See’) 이제 이 밴드는 Family Values 투어에 합류하더라도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 밴드가 되었다.

그래도 멜로디만큼은 여전히 쉬이 귀에 들어오니 저 코어 리프에 거부감이 없는 이라면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곡들은 넘어가더라도 ‘Enjoy the Silence’의 커버만큼은 한번쯤은 들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가끔은 여성보컬 세운 Alice in Chains 같기도 하니 90년대였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2024년 말엽으로서는 의미없는 얘기이긴 하다.

[Century Media, 2006]

Lacuna Coil “Karmacode””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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