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s Sanguine을 어디 가서 좋아하는 밴드라고 얘기해 본 적은 아무래도 한 번도 없는 듯싶고, 둠-데스와 블랙메탈에 조금은 고색창연한(그리고 용쓰고 있음에도 자연스레 묻어나는 싼티를 지울 수 없는) 키보드가 어우러진 이 스타일을 개성적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장르의 A급들에 비해서는 분명 산만하게 들린다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덕분인지 밴드는 뭐 한 장 나올 때마다 레이블이 달라져 있었고, 초창기 Wounded Love나 Season of Mist의 카탈로그를 채우는 데는 불가결한 앨범들이었지만 애초에 저 카탈로그를 채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를 생각하면 애매한 입지이긴 매한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24년만에 세 번째 앨범이 나왔다는 건 꽤나 의외였는데, 시절이 지났지만 좀 더 80년대풍 강해진 리프와 무척이나 옅어진 블랙메탈의 색채는 이 밴드를 이제 분위기 정도를 제외하면 더 이상 익스트림메탈의 범주에서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원래부터 회화적인 경향이 강한 스타일이었지만 이제 이 음악을 듣고 먼저 생각나는 밴드들은 Goblin이나 Devil Doll이 될 것이고, 스크리칭에서 크루너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Joe Ferghieph의 보컬이 이 연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킨다. 사실 기존 앨범들의 산만함도 이 ‘다채로운’ 보컬 스타일 탓인 면이 있는데, 이제는 꽤 변화가 잦은 흐름에서 홀로 떨어지는 느낌은 적어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The Greatest of Nothing’나 ‘Gli uomini vuoti’의 드라마틱함은 이들이 24년동안 꽤 스스로를 갈고 닦았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멋진 앨범이다.

[BadMoonMan Musi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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