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이란 제도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이걸 실제로 써먹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는데 생각도 못했던 이벤트가 실현된 날을 기념하여 간만에. 사실 기념할 만한 사건도 절대 아니고 이 앨범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째 계엄이라고 하니까 이 앨범의 ‘Martial Law’가 생각이 나더라. 안 그래도 밴드명에 게슈타포가 들어가니 이미지도 뭔가 잘 들어맞아 보인다.
활동한 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리프의 힘이 느껴지던 “Nostalgiah” 정도를 빼면 딱히 좋게 들은 앨범은 없었고, 프랑스의 이런저런 블랙메탈 불한당들이 알려질 때쯤 곁다리로 함께 알려진지라 굳이 주목받을 이유도 없어보이는 이 밴드를 그래도 관심갖게 소개한다면 Celestia와 Mortifera의 핵심인 Noktu가 하는 또 다른 밴드라는 정도? 그리고 좀 더 격렬하긴 하지만 다른 프랑스 밴드들에 비해서는 좀 더 Satanic Warmaster 같은 핀란드 블랙메탈 분위기가 짙은 편이라 듣기에는 이쪽이 더 익숙하게 들릴 수 있겠다.
“Satanic Terrorism”은 그런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그런 경향이 짙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Werwolf와 만나고 Drakkar와 계약한 다음이어서인지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그럴듯한 음질인데다 거친 질감을 걷어내고 조금은 멜랑콜리하기까지 하다가 블래스트비트와 함께 달려가는 ‘전형적인’ 전개(특히 ‘Summon the Spirit of War’)를 보면 이 밴드가 이렇게 웰메이드 스타일의 블랙메탈을 했었나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극우에 반유대주의, 반기독교, 반무슬림 등 어그로 끌기 좋은 소재는 몽땅 갖다쓰는 모습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좀 더 좋은 대접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긴 “Nostalgiah”가 나올 때만 해도 이 밴드에 대한 광고문구는 Satanic Warmaster와 Celestia가 힘을 빌려준 블랙메탈 올스타급 듀오… 정도였다. 이 밴드의 그간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좋게 들었다.
[Drakka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