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rdition Temple의 2022년작. 지금도 사실 이게 EP인지 정규반인지 헷갈리는데 대개는 이 앨범이 정규 4집이라고 소개되는 듯하다. 하지만 스플릿이나 “Sovereign of the Desolate” EP에서 선보인 Blasphemy 커버 말고는 커버곡 자체를 잘 하지 않았고 송라이팅이 딸리지도 않던 이 밴드가 갑자기 앨범의 절반을 커버곡으로 채워서 낸 이 앨범을 정규반으로 내놓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뭐 나야 그냥 찾아듣는 입장이니 창작자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 (몇 장 안 되긴 한다만)내놓은 모든 앨범이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밴드인지라 우열을 논하기도 쉽지 않은데, 여태까지 내놓은 앨범들 중에서는 드럼이 가장 전면에 나오면서(특히 스네어) 타이트한 전개를 과시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원래도 그리 길지 않았던 리프는 조금은 더 짧아지고 간결한 형태로 곡을 이끌어가는데, 그런가하면 ‘Redemption Abbatoir’에서처럼 테크니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척 Morbid Angel스럽게 들리는 Gene Palubicki의 보컬도 곡에 꽤나 잘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스타일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은 Morbid Angel의 ‘Blood on My Hands’ 커버일 것이다. 하필 “Covenant”의 수록곡을 커버한 데는 아무래도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실력 있는 밴드라면 커버곡이 절반을 채우는 정규반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잘 팔리면 다음에는 자작곡으로 꽉 채워오려나 싶기도 한데, 따져 보면 이제 지천명을 넘긴 Gene Palubicki인지라 그냥 이렇게 활동만 해주셔도 다행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음악은 무척 마음에 든다.
[Hells Headbanger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