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우리도 장르의 선구자들만큼이나 사악하고 무시무시하다고 과시에 혈안이 된 듯한(하지만 정작 접하는 청자들은 보고 피식하는 경우가 많은) 커버를 내세운 많은 사례들 중 하나로 기억나는 핀란드 밴드의 1집. 사실 말이 1집이지 이미 1992년부터 활동했고 1993년에 Black Dawn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동명의 미국 밴드와 분쟁이 붙어 이름을 ‘True Black Dawn’으로 바꿔 내놓은 데뷔작…이 바로 이 앨범이라는데, 앨범의 어디를 봐도 그냥 Black Dawn이라고 쓰여 있을 뿐 ‘True’를 찾을 수가 없는데, 어차피 돈 벌기는 글렀고 소송 걸린다고 물어줄 것도 별로 없을테니 배 째고 그냥 쓰는 건가 싶다. 각설하고.

음악은 정말 장르의 클리셰를 집약해놓은 듯 익숙하지만 무자비하게 후려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럼을 맡은 Cauldron은 …And Oceans와 Throes of Dawn에서 연주했던 그 분이라는데, 트레블 바짝 걸린 기타 리프만큼이나 강렬하게 달려주는지라 다른 밴드 활동하면서 조금 답답했었나 싶기도 하다. 유머를 뺀 Impaled Nazarene과 Immortal을 적당히 섞은 듯한 스타일인데, Glen Benton 생각이 나는 보컬 덕분에 때로는 Deicide가 떠오르기도 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영화 샘플링은 너무 유명한 영화들에서 따 와서(“Exorcist”나 “Children of the Corn” 등) 저작권 클리어는 하긴 했나 걱정되지만 어쨌든 곡들과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Of Blackest Witchcraft’ 같은 곡은 그 시절 어떤 매력 때문에 블랙메탈을 찾아들었는지를 떠올리게 해 주는 힘이 있다.

커버만 저 모양이 아니었다면(어디 가서 꺼내기가 창피하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듣지 않았을까 싶은 좋은 앨범이다.

[Necropoli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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