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희지레코드는 지금 생각하면 참 괴이쩍은 앨범들을 많이 내놓았는데 원체 이상한 편집반을 많이 내놓은지라 어쩌다가 편집반 아닌 앨범을 발견하게 되면 되게 신기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는다. 물론 편집반 아니라고 부틀렉이 아닌 건 아닌데다 어떤 장르의 어떤 앨범을 내건 간에 기복 없이 (안 좋은 의미로)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레이블의 꾸준한 모습이 음악보다는 웃음을 기대하며 이 레이블의 발매작을 구하는 사람들을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앨범들까지 수집의 범위에 놓는 이들을 진짜 컬렉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쯤 되면 이건 환자의 영역이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 듣기 좋게 부르라고 만들어 둔 단어가 컬렉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알 수 없는 밴드의 유일작은 놀랍게도 1991년 당시 희지레코드에서 단독 발매되는 기현상을 보여주었는데, 유명한 멤버 하나 없는 이 밴드의 1986년 녹음을 희지레코드가 무슨 수로 혼자 발매했는지도 의문인데다, 그래도 어쨌든 데뷔작인데 대체 이게 뭔가 싶은 커버는 들어보기 전부터 앨범의 슬픈 운명을 짐작케 한다. 솔직히 좋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드라이브감 있는 ‘We Gotta be Free’나 잔잔하게 분위기 잡아주는 ‘Falling Hearts’ 같은 발라드는 아쉬운대로 나름 괜찮았다. 희지레코드의 적당히 저렴했던 가격 덕분에 본전 생각도 덜 나는 편이었고, 헤비메탈이라기는 좀 약했지만 적당히 글램 메탈 물 먹은 소박한 스타일의 하드록 정도로 얘기하긴 부족함이 없었다. 돈 없는 학생이 지갑 털어 사기에는 꼭 나쁘지만은 않았던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직접 밥벌이도 하고 희지레코드의 얼척없는 레거시도 익히 알고 있는 이제 와서 이 앨범을 굳이 구해야 할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알 수 없는 희귀반이라고 오리지널 CD가 대단히 비싸게 팔리는 앨범 중 하나인데, 그런 컬렉터들을 걱정해서인지 드디어 2022년에 Steelheart Memories라는 이탈리아 회사에서 재발매가 됐더라. 물론 모르긴 몰라도 이것도 부틀렉일 것이다.

[희지레코드, 1991]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