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athrum의 2024년 신보. 뭐 Beherit과 더불어 핀란드 블랙메탈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거물임은 말할 필요 없겠지만, 이래저래 스타일도 계속 바뀌고 당혹스러운 전자음악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Beherit에 비해 좀 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 건 이쪽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좋게 얘기하면 적당히 구수한 스타일로 둠의 그림자 짙은 블랙메탈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화끈한 맛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이 음악을 즐겨들을 이는 아무래도 별로 없어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리버브 잔뜩 먹인 사운드로 가득했던 “Fanatiko” 이후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사실 이 밴드의 동시대 밴드들과의 가장 큰 구별점이라면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딱히 큰 차이 없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동시대에 활동하던 노르웨이의 불한당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하긴 베이스 두 명이 붙은 음악이 일반적인 블랙메탈과 같을 리 없겠지만 둠의 그림자는 물론 때로는 헤비메탈이나 하드코어의 느낌까지 엿보이는 이 앨범만큼 들으면서 다른 밴드들이 연상되던 사례는 이들의 앨범들 중에서는 없었던 것 같다. ‘Spark Plugs of Purgatory’의 드라이브감이나 스래쉬의 기운이 강한 ‘Denial of God’, 펑크의 기운 강한 ‘Black Magick Rites’ 같은 곡들은 Barathrum의 다른 앨범이었다면 약간의 이질감도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앨범에 깔린 분위기 자체는 일관되는데다, 따지고 보면 Mortuary Drape나 Denial of God 같은 밴드들이 Barathrum을 듣고 받은 영감으로 만들고자 했던 게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싶고, 또 이들만큼이나 ‘스웜프’ 스타일의 블랙메탈 리프를 만들 수 있었던 밴드는 없었으니 나로서는 반갑게만 들린다. 몇 번 더 들으면 생각이 바뀔 거 같긴 한데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Hammer of Hat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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