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도 되고 해서 연말까지는 그간 자주 듣지 않았던 클래식들을 꺼내들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간만에 돌려보는 앨범. 나도 그랬지만 “Morbid Tales”와 “Emperor’s Return” 때문에 이 앨범이 2집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이 앨범이 Celtic Frost의 1집 앨범이었다. 아마 1집이라기엔 이미 장르의 정점에 가까워 보였던 탓도 있겠고, 이미 이전의 EP 때부터 많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는 것도 있겠다. 그렇지만 밴드의 음악이 단순히 Hellhammer의 업그레이드판에서 벗어나 후대의 수많은 밴드들의 음악을 예기할 수 있는 그 모습을 띠기 시작한 건 이 앨범부터일 것이다. 말하고 보니 그 Hellhammer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수많은 후배 밴드들은 뭔가 싶지만 일단 여기서는 넘어간다.
보통 Celtic Frost의 최고 역작이라 얘기되는 것은 “Into the Pandemonium”이지만, 이후 많은 익스트림메탈 밴드들이 수없이 써먹은 여성보컬과 남성보컬의 병치, 곡마다 개별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특정 모티브를 중심으로 연계되어 있는 구성(‘Innocence and Wrath’의 모티브가 ‘Dawn of Megiddo’에서 등장하는 모습 등) 등은 이미 이 앨범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밴드는 스피드에 그리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스래쉬하고 에너제틱한 곡을 만들 수 있었고, 동시에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들이나 컨셉트를 통해 메탈이란 장르 자체의 외연을 넓히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지독한 실험이었겠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모습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Into the Pandemonium”의 실험들은 이 앨범의 단초들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 최고의 미덕은 역시 실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메탈 본연의 모습에 있다는 점이 이후의 앨범들과도 가장 구별되는 차이일 것이다. 솔직히 “Into the Pandemonium”이 메탈의 전형은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는 밴드의 가장 메탈다운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Noise가 멜로딕 스피드메탈이 아닌 유로피언 스래쉬의 전당이던 시절이기도 했다.
[Noise,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