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Blutharsch의 4집. 취향이나 시각차는 있겠지만 이들을 네오포크의 거물 소리를 듣게 만들어 준 앨범은 “When Did Wonderland End?”일 것이고, 그 이전은 어찌 생각하면 의외일 정도로 포크 바이브와는 거리 있는 인더스트리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인더스트리얼은 동시대의 비슷한 부류로 여겨지는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도 좀 더 연극(이라기보단 영화에 가깝지만)적이라는 게 사견이다. 일단 테마를 드러내지 않는 이 밴드 특유의 곡명(들)은 물론이고, 호전적인 비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들을 함께 담아내고 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샘플링 등이 어렴풋이 청자에게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런 다양한 음악들의 파편들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지는 결국 오롯이 청자의 몫이다. 각설하고.

“The Track of the Hunted”는 Der Blutharsch의 ‘인더스트리얼’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앰비언트적이고, 덕분에 바로 저 연극적인 면모도 가장 두드러지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좀 더 다채로운 색채를 입힌 Deutsch Nepal 같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는 인더스트리얼의 좀 더 고전적인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좀 더 원시적인 형태의 무곡마냥 에너지를 보여주는 5번 트랙이나 사운드의 파편들 가운데 오페라 아리아 등이 섞여들어가는 모습, 3번 트랙의 기묘한 유머러스함은 이 앨범을 평범한 martial 앨범과는 좀 다른 지위에 올린다. 좋다는 뜻이다.

하긴 요새 나 클래식만 듣는다고 했었구나.

[WK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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