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어째 혼자서 심심하고 좀 그렇다 싶을 때는 간혹 꺼내듣는 Valerie Carter의 데뷔작. 그 시절 블루 아이드 소울 좀 섞인 피메일 포키의 솔로작은 사실 드물지 않지만 애초에 솔로 이전에 Jackson Browne이나 Linda Ronstadt 등의 백업보컬로 이름을 알린지라 만듦새만큼은 들어보지 않아도 검증됐다 할 만한 사례일 것이다. 아무래도 할 때 잘 했다보니 이 앨범에도 Jackson Browne과 Linda Ronstadt는 물론 Maurice White, John Hall 등의 화려한 게스트진을 데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린 직장인으로서 이직을 하더라도 이전 직장과 굳이 척을 져 가면서 나올 필요는 전혀 없다는 실존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데… 왜 새해부터 Valerie Carter 앨범 들으면서 굳이 이런 교훈을 얻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Valerie Carter의 특징이라면 Leslie Duncan 류의 피메일 포키 스타일은 물론이고 거기에 Joni Mitchell 마냥 적당히 어두우면서도 다른 방향의 접근을 보여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Back to Blue Some More’의 블루지하면서도 재즈적인 전개가 그렇지 않을까? 이 시절 컨트리 물 많이 먹은 미국의 포크 앨범들에서는 지금 포크를 연주하고 있지만 사실 나의 영혼은 Leslie West와 다를 바가 없다는 듯 단선적인(나쁘게 얘기하면 꽤 멍청해 보이는) 작풍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블루그래스에서 블루스, 재즈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단정하게 소화하다가 가끔은 지루해질까 Earth, Wind & Fire 마냥 펑키한 면모도 간혹 보여주는 모습은 Valerie Carter가 그런 부류와는 격을 달리할 정도로 똑똑한 뮤지션이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 정도면 시절도 시절이었겠다 포크 집어치우고 디스코를 했더라도 잘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뭐 워낙 유명하니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한가로운 주말 적당히 햇살이 쏟아지는 시간에 맛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쓴맛이 좀 과하고 그렇지만 맛없다고 하긴 좀 미안한 커피(요새의 스타벅스?)를 마시며 틀어놓기 좋은 달달한 음악을 찾는다면 권해본다. 그런데 니가 왜 그런 걸 듣고 있냐고 하냐면 글쎄요.

[Columbia,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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