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많이도 쏟아져 나왔던 북유럽 멜로딕데스 밴드들 중 하나의 유일작 데모. 멤버들도 모르고 스튜디오도 처음 봤으며 주소에 핀란드라고 적혀 있으니 핀란드 밴드라는 것만 확실한 셈이다. 이렇게 사라진 밴드가 한둘이 아닐텐데 그래도 이 데모는 동아시아의 누군가의 손에까지 들어왔으니 나름 성공적이었다… 라고 하기에는 아마 업자들 들어보라고 뿌렸을 데모가 돈없는 판돌이 손에 들어왔으니 밴드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래도 음악은 이 시절 멜로딕데스 치고는 좀 독특한 구석이 있다. 사실 멜로딕 데스라기엔 Sentenced풍으로 둠-데스를 하려다가 좀 더 템포가 빨라지면 이런 스타일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슨한 구석이 있고, 그런 면에서는 본격적으로 고딕 소리를 듣기 시작하기 전의 Tiamat과도 비슷한 면이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어쿠스틱이나 나레이션을 보더라도 데스메탈다운 면모보다는 분위기를 살리는 데 많이 신경썼다(특히나 ‘Snow in My Mind’)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4곡이 멜로디만 좀 다르고 전개가 거의 똑같은데다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슬슬 틀어지기 시작하는 튜닝이 느껴지는 기타 연주, 암만 1995년 데모임을 고려해도 형편없는 녹음 등은 좀 곤란하다. Killo Studio라는 데가 사실은 자기네 집 지하실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내가 프로듀서였다면 내 이름 지워달라고 했을 거 같은 거 보면 그냥 동네 친구들의 기분좋은 어느 한때의 결과물 같은 앨범일른지도 모르겠다.

[Self-financed,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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