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kseblad는 이런저런 데모와 EP들로 미국 블랙메탈 팬들에게는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밴드…라는 게 레이블의 설명이지만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다. 그런 소개보다는 저 푸른빛 도는 앨범 커버를 한번 더 보여주는 게 세일즈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꼭 그런 건 아니긴 하지만 블랙메탈 팬이라면 저 누가 봐도 Necrolord풍의 푸른빛에서 90년대 초중반 노르웨이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이 밴드의 이름부터가 미국 밴드스러운 명칭은 아니다. “Kaer Morhen”은 소설 “The Witcher”(Henry Cavill이 게롤트로 나오는 그 시리즈 맞음)에 나오는 지명이라는데 어쨌든 우리 시대의 반지의 제왕 같은 거라고 치고 넘어가고.
음악은 딱 그런 기대를 그대로 충족시켜 주는 스타일이다. “In the Nightside Eclipse” 시절의 Emperor풍을 Dissection식의 리프로 연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키보드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기타보다 결코 앞에 나서진 않는다는 점에선 이 앨범을 심포닉보다는 멜로딕 블랙 정도로 분류하는 게 맞을지도? 하지만 ‘The White Flame’처럼 확실한 건반의 힘을 보여주는 곡도 있고, ‘Sodden’처럼 확실히 휘몰아치는 맛을 보여주는 곡도 있으며, 이 익숙한 스타일에 어떻게 개성을 줄까 고심한 듯한 흔적의 포크 바이브가 돋보이는 ‘The Taste of Ash’도 있다. 말하자면 90년대 초중반 키보드 묵직한 멜로딕 블랙메탈을 즐겨 들었던 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웬만큼은 두루 갖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중간중간 굳이 왜 이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솔로를 길게 하나 싶은 부분과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싼티나는 건반(특히 ‘The Taste of Ash’의 인트로)을 제외하면 기대보다 훨씬 좋게 들었다.
[Hypnotic Dirge,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