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ath the Remains”가 1989년이었고 “I.N.R.I.”는 그보다 2년 먼저기는 했다만, 연주력이나 만듦새나 뭐 하나 Sarcófago가 Sepultura를 앞선다고 할 만한 게 있느냐 하면 내 생각에는 아니다. 앨범의 위명을 생각하더라도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을 무척이나 ‘순수하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이 앨범을 ‘잘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가 아니라 1987년에 나온 스래쉬/익스트림메탈 관련 앨범들 중에 이거보다 못 만든 앨범도 많지는 않지 않겠나….생각도 든다.

그래도 E스탠다드 튜닝으로 긁어대는 트레몰로와 다운피킹으로 만들어낸 리프와 이후의 데스메탈/블랙메탈을 비교해 보면 이 천둥벌거숭이 브라질 밴드가 뭘 만들어낸 것인지가 다시 보인다. ‘Satanic Lust’의 약간 나사 빠진 펑크풍 리프(그러니까 암만 펑크 물이 빠져도 87년은 다 빠지기는 부족했던 셈이다)는 동시에 브루털데스의 맹아를 보여주고 있고, ‘Nightmare’는 조금은 느슨한 Slayer풍 리프가 Mayhem식으로 바뀌면서 긁어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D.D. Crazy의 드럼이 훌륭하다고 하기는 좀 머쓱할지언정 최초의 블래스트비트 사례의 유력한 후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즐겨듣기는 좀 망설여지지만 찬사를 보낼 지점으로 가득한 앨범인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The Laws of Scourge”에서 밴드가 보여주는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들이 이후 얼마나 노력했을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이 메탈의 어느 중요한 지점을 체험하면서 아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하는 교훈을 오늘도 가져본다. 메탈이 이렇게 유익한 음악입니다.

[Cogumelo,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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