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은 평소보다 데스메탈을 좀 덜 들었던 해인 것 같은데 어쨌든 내 짧은 편력 안에서 2024년의 데스메탈 한 장이라면 아무래도 이 앨범이다. 아무래도 1집이 나온 게 2004년인지라 데스메탈의 선구자들과 보통 같이 얘기되는 편은 아니지만 활동 기간만 보면 그래도 이제 30년을 넘어가는 이 관록의 독일 밴드는 “The Sanguinary Impetus”를 마지막으로 Willowtip을 떠나 Season of Mist에서 앨범을 내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바야흐로 이 장르에서는 메이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물론 이 무지막지한 스타일에 메이저란 단어를 그냥 갖다붙이는 건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한다는 의미 정도로 해 두자.
이 밴드의 특징은 테크니컬데스와 브루털데스가 적절히 뒤섞인 류의 음악을 하면서도 근래의 많은 밴드들과는 달리 데스코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인데(물론 올드스쿨 스타일도 아니긴 하다), 그런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극적인 구성을 가져가면서 브루털함은 좀 덜어냈다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Reign in Blood”를 듣다가 “South of Heaven”을 들었을 때의 이질감과 비슷하려나? 그렇다고 느슨해졌다는 뜻은 아니고, “Disposal of the Dead / Dharmata”때부터 보여준 프로그함과 “The Sanguinary Impetus”의 아방가르드 스타일, 밴드 초창기의 좀 더 전통적인 크로매틱 스케일의 데스메탈 스타일(특히 ‘Heredity Violated’) 등 다양한 모습들이 꽤 변화무쌍하게 등장한다. ‘Amputationsdrag’ 같은 곡은 밴드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아예 프로듀서까지 Colin Marston(Gorguts의 그 분)을 모셔온 거 보면 아예 이런 쪽으로 나가버리려나 하는 걱정도 된다. 암만 그래도 Defeated Sanity가 브루털데스가 아닌 프로그레시브를 연주하는 건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워낙 잘 뽑혀서 드는 노파심일 것이다.
[Season of Mis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