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re of Tragedy의 아무래도 가장 좋았던 시절? 워낙에 유명한 앨범이기도 하고 소위 ‘고딕 메탈’에 대해 다룬 잡지나 글들에서 웬만하면 한번은 꼭 언급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거의 장르의 공인된 절대명반 중 한 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장르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데야 별 이견이 없는데(훗날의 많은 짝퉁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 앨범이 장르를 정의했다 할 만한지는 잘 모르겠다. 소위 미녀와 야수 스타일의 둠-데스라는 방향성은 이미 데뷔작에서부터 분명했고, ‘고딕 메탈’을 둠-데스라고 이해한다면 둠 메탈의 색채는 오히려 데뷔작에서 더 명확했다. 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든 Liv Kristine의 보컬을 제외한다면 이 앨범이 데뷔작의 작풍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은 외에 뭐가 그리 유별날까라는 질문에는 마땅한 답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고딕 메탈’이 둠-데스가 아니라 사실은 그냥 다크 뮤직 정도에 가까운 무언가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점은 이 앨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Seraphic Deviltry’나 ‘Der Tanz der Schatten’ 같은 장르의 클래식들이 있지만 사실 그 곡들도 데뷔작의 둠-데스와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었다. 밴드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 이후 나온 ‘Der Tanz der Schatten’ 싱글의 클럽 믹스 버전은 사실은 이 곡이 고딕 메탈과는 좀 다른 팬베이스를 갖고 있음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밴드가 이후 보여주는 댄스 플로어 뮤직의 단초마저도 이 앨범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Massacre,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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