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ndetta는 약관도 되기 전에 출중한 스피드/스래쉬메탈을 연주했고 그 시절만 해도 스래쉬 명가에 가까웠던 Noise도 이들을 놓치지 않고 두 장의 출중한 앨범을 내놓았지만 밴드는 빛을 보지 못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을 것이고, Nirvana를 위시한 새로운 시대의 밴드들이 많은 메탈 밴드들을 폭망의 길로 몰아넣기 전에 밴드는 2집 “Brain Damage”를 마지막으로 해체를 선택했다. 짐작이지만 멤버들의 아쉬움은 꽤나 컸던 모양이다. 확실한 실력을 보여준 탓에 나름 다른 밴드들의 러브콜도 있었을 법하지만 Vendetta의 멤버들을 다른 밴드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밴드는 음악을 잊지 않고 2000년대 중반부터 은근히 많았던 흘러간 이름들의 컴백 무리에 끼어 새로운 앨범을 내놓았지만, 80년대나 2000년대나 폭망이라는 결과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고(물론 재결성 이후 앨범은 성공을 기대하긴 좀 양심 없어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어떻게 컴백했는데 음악을 접을 수는 없다는 결단이었는지 밴드의 트윈 기타는 곧 그들만의 길을 걷기로 한다. 새로운 밴드의 이름은 그래도 좋았던 시절을 기억해서 Brain Damage로 짓는다. 이게 이 밴드의 시작이다.

그러니 이 앨범은 Vendetta의 좋았던 시절을 재현하려는 노력이어야 했을 것이고, Vendetta의 데뷔작을 의식했음이 분명한 저 앨범명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 주지만 음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나름 공격성에 신경쓴 모습이 역력하지만 이제 예전같지 않은 Michael Wehner의 보컬이 귀에 걸리고, 스피드메탈의 기운은 걷혀 버리고 Testament나 Exodus풍의 스래쉬와 약간의 그루브메탈까지 느껴지는 스타일인데, 이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Vendetta의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드롭 D 튜닝을 듣자니 팬들이 기대하는 바를 조금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Anarchy’나 ‘Bite’ 처럼 꽤 괜찮은 곡이 있고, Vendetta의 비슷한 시기 앨범들보다는 훨씬 나으니 한번쯤은 기회를 줘봐도 좋을지도.

[Self-financed, 2014]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