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좁다란 블랙메탈 씬의 정력적인 워크호스가 있다고 한다면 그리스의 유력한 후보 중에는 아마 N.D.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예전 블랙메탈이 그랬듯이 블랙메탈이라면 응당 서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듯 21세기에 Order of Antinomianism이라는 서클까지 굴리고 있으니 근면함만큼은 검증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 서클이라는 게 밴드 네 개밖에 없으며 모두 다 본인이 핵심 멤버임을 생각하면 이거 서클이라고 하는 게 맞나 싶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이 사나이의 근면함 얘기를 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넘어가고.

당연히 Sørgelig도 이 서클에 속한 밴드이고, 우리의 N.D는 이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모두 맡고 있는데, Darkthrone과 Gorgoroth를 적당히 섞은 듯한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작풍은 Darkthrone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좀 더 깔끔한 음질(물론 이런 류의 음악의 통상을 기준으로 해서 하는 말이다)과 뚜렷한 멜로디의 리프가 중심이 되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는 살짝 독일풍이 묻어나는 음악이라 할 수도 있겠다. Pest만큼은 아니지만 꽤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는 보컬도 앨범의 극적인 맛을 더해준다. 아무래도 이런 ‘클래식’ 스타일 블랙메탈의 모범을 보여주는 ‘Those of the Depths’가 앨범의 백미.

그런데 이 밴드명과 앨범명은 대체 뭐라고 읽는 것인가? 참 어렵다.

[Tragedy Pro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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