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fagen의 2024년작. 정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밥 먹고 음악만 만드나 싶을 정도로 다작을 하는 Antony Kalugin의 밴드인지라 이게 몇 집인지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대충 20집은 되지 않나 싶은데… 찾아보니 Karfagen의 이름으로 2023-2024년에 낸 앨범만 6장인데다 자기 솔로작이나 Sunchild로 내놓은 앨범도 있는지라 이 정도면 적어도 2년간은 스튜디오에서 의식주를 몽땅 해결하는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크라이나 밴드인 만큼 정말 전쟁 발발 이후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음악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앨범들은 적어도 웰메이드 얘기를 해주기엔 부족함이 없을 준수한 심포닉 네오프로그를 담고 있고, 이 2024년작도 그리 다르지 않다. 굳이 클래식들에 비교를 한다면 Camel풍 멜로디에 가끔은 Roger Waters 모창같은 보컬(특히 ‘My Shadow’)을 곁들인 심포닉 프로그인데, 카멜레온의 땅이 뭐하는 곳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살려낸 심포닉 프로그는 최근에는 드물었던 것 같다. 가끔은 Steve Hackett의 그림자를 엿보이는 Max Velychko의 기타도 꽤 수려하다.

다만 이전에는 앨범마다 조금씩은 재즈의 색채를 넣으면서 변화를 가져가는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참고한 재즈가 혹시 Kenny G였나 싶을 정도로 앨범 통째로 말랑말랑하고 목가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거 너무 달달하기만 하다고 힘들어할 이들의 얼굴도 듣다 보면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Dios Pyros(part 2)’에서는 나도 조금은 힘들었던 것 같은데, 앨범 전반적인 분위기가 좀 덜 느슨했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전쟁 중인 현실 때문에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가 나왔으려나? 잘 모르겠다.

[Caerllysi Musi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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