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x Occulta의 3집. 사실 1999년 즈음의 이 밴드의 인기 포인트(뭐 인기가 많았다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는 동시대의 다른 유사한 밴드들보다 서정에 기운 심포닉블랙을 들려준다는 점에 있었을 것이고, 그게 “Dionysos”까지의 밴드의 경향이었다면 “My Guardian Anger”는 밴드의 방향성 자체를 틀어버린 앨범이었다. Decapitated의 멤버들을 모셔온 덕에 음악은 확실히 데스메탈풍 리프에 기운 스타일로 변모했고, 그런 면에서는 Lux Occulta가 기존에 보여준 나름의 개성은 걷혀버린 음악이 되었다. 여전히 심포닉한 음악이고, 훌륭해진 음질이 공격적인 심포닉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기는 했지만 건반의 역할은 이제 나름의 서정을 구현하기보다는 기타가 주도하는 변화무쌍한 전개를 뒷받침하는 모습에 가깝다. 덕분인지 이 변화를 별로 내키지 않아했던 이들도 많아 보였고, 이후의 앨범들은 또 이 앨범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밴드 스스로도 실패한 시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즐겨 듣는 이라면 기존의 모습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서정을 좀 제쳐두고 밴드가 보여준 음악은 동시대의 여느 심포닉 밴드들에 비해서 더욱 격렬하면서도 계속해서 변화를 가져가는 모습이었고, 훗날의 ‘chaotic’하다고 불리는 스타일을 조금은 예기하는 음악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chaotic’한 블랙메탈 밴드들에 비해서는 훨씬 멜로디가 강하므로 더 듣기 쉬운 것은 아마 이쪽일 것이다. 테크니컬데스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느새 테크닉으로도 경지에 오른(솔직히 데뷔작때만 해도 좀 문제가 있었다)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런 면에서는 밴드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가장 무난한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Solefald가 “Neonism”을 내면서 간과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Mane-Tekel-Fares’는 (계산해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1999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별로 찾아듣는 이 없어 보이지만 모르시는 분이라면 일청을 권한다.
[Pagan,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