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veman Cult가 오늘 공연을 한다기에 간만에. 솔직히 war-metal이란 장르를 나쁜 건 아니지만 오래 듣긴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이미 NWN!이 맛이 갔던 2021년에 21세기의 원시인밴드를 자처하며 튀어나온 이 밴드를 어쩌다 구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까만 커버니까 그냥 같이 쓸려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보이긴 한다.
원시인밴드를 운운하긴 하지만 음악은 사실 전형적인 war-metal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첫 곡인 ‘Blood and Extinction’부터 적당히 노이즈와 펑크풍이 섞인 지저분한 리프가 질주하는데, 데뷔작의 찢어질 듯한 스네어 소리는 확실히 좀 진정되긴 했지만 21분에 9곡을 때려박는 이 앨범 같은 음악을 보통 광폭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Cannibal Feast’처럼 나름 흥미로운 리프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앨범의 주류는 결국 ‘Conquistador de hierro’처럼 거의 그라인드에 가깝게 밀어붙이는 war-metal이다. 사실 장르의 미덕을 구현한다는 면에서는 이만한 밴드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요새 워낙 많은 Revenge 짝퉁같은 사례와는 확실히 구별되고, 듣다 보면 이 음악을 듣고 어떻게 모슁을 할 수 있을까 싶은지라 공연장에서는 어떨지도 궁금하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Nuclear War Now!,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