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 영화음악가로서의 행보를 알린 Ulver의 2003년작? 물론 Ulver의 OST 작품은 이 이전에 “Lyckantropen Themes”가 있었지만, 사실 OST라고 얘기 안 해주면 그냥 ‘Perdition City”의 경향이 이어진 정규작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을 이 미니멀한 앨범을 흔히 OST라고 하면 떠올리곤 하는 인상과 연결지을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이건 내가 시네필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럴 수도 있긴 있다).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제대로 OST다운 Ulver의 첫 앨범은 “Svidd Neger”일 것이다. 이 앨범이라고 “Perdition City”의 경향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미니멀한 일렉트로닉스는 확실히 줄어들었고, 좀 더 클래시컬한 무드를 받아들인지라 메탈 이후의 Ulver의 앨범들 가운데에서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어쿠스틱 앨범까지는 아니지만 Ulver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오케스트럴한 편이다. 말하자면 “The Norwegian National Opera”에서의 놀라운 라이브를 가능하게 한 건 따지고 보면 이 앨범이 단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조금만 뒤틀린 전개를 보여주었다면 Art Zoyd같은 이들과도 비견될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는 편인데, 그래도 ‘Rock Massif, Pt.1’처럼 극적인 전개(와 묵직한 드러밍)를 보여주는 곡도 있어서 메탈 팬이라도 반갑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음악이다.
[Jester,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