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idd Neger”를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들 중 하나는 대체 이 영화는 뭐고 감독은 누구길래 암만 그래도 잔뼈 굵은 뮤지션이라지만 Ulver에게 OST를 맡길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딘가서 듣게 된 얘기는 그 감독 또한 소시적에 메탈을 연주했고 사실 따지고 보면 노르웨이 블랙메탈 역사의 한 장면을 차지했더라는 얘기다. 딱히 술 마시면서 음악 얘기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그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도통 흐릿하지만 저 얘기를 듣고 어지간히 신기했던 모양인지 꽤 머릿속에 단단히 박힌 트리비아였다.

암만 좀 맛이 갔다지만 어쨌든 저력이 남아 있던 2020년의 NWN!은 이 트리비아가 괜한 얘기는 아니었으며 이 밴드에서 한 때 베이스를 맡았던 Erik Smith-Meyer가 곧 메탈 때려치우고 영화계로 투신해서 만든 영화가 “Svidd Neger”였음을 만방에 알렸고, 레이블은 곧 사실은 Mayhem 이전에 666이 있었으니 666이 사실상 첫 번째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라는 얘기에까지 이른다. 그러니 이 쯤 되면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팬이라면 이걸 구하지 않을 요량이 없다.

그렇게 구한 앨범은… 뭐 이런 류의 앨범들이 대개 그렇듯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는 한참 부족하다. 1982년의 라이브 레코딩들을 모은 부틀렉에 가까운 이 컴필레이션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런 쪽으로 영향력을 찾는다면 사운드가 좀 Venom마냥 칙칙해진 Motörhead에 가깝다는 정도인데(특히 ‘Alkohol’), Onslaught의 “Power from Hell” 같은 음악에 비한다면 훨씬 70년대식 하드록에 가깝다. 웃기는 것은 저 Erik Smith-Meyer도 이 밴드에서 활동한 것은 1983년이었으니 어찌 생각하면 이 앨범에 대한 홍보문구는 사실인 내용이 별로 없다. 그냥 블랙메탈의 기운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예전의 어느 시작점에는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공부…용 자료로는 충분하겠다.

[Nuclear War Now!,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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