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지난 3월 30일 이 앨범에서 드럼을 맡았던 Lucko Kodermac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물론 이 밴드는 Mr. Doctor의 밴드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저 세션이라고 하는 게 맞겠으나 어쨌든 90년대에 프로그레시브 록 찾아 들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 치고 Devil Doll에 아무런 추억이 없는 경우는 (적어도 한국에선)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이 앨범. 지금이야 이런 류의 그랑 귀뇰풍 분위기와 보컬을 내세운 복잡한 구성의 음악이 마냥 드문 건 아니지만 1989년에는 상황이 많이 달랐고, 지금의 그런 분위기의 밴드들의 상당수는 결국 Devil Doll을 어느 정도는 의식한 경우가 많을 테니 알아주는 이가 많지는 않을지언정 나름 역사적인 데뷔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Devil Doll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하드한 편이므로 메탈헤드라면 어떤 면에서는 이 앨범을 제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개는 “Sacrilegium”을 고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메탈릭하다 할 만한 음악은 아니다(묵직한 리프가 간혹 나오긴 한다만). 스트링이나 아코디언 등을 아우르는 꽤 폭이 넓은 심포닉과, 보통은 보컬과 함께 등장하는 기묘하게 뒤틀린 분위기의 앰비언트 사이에서 방점을 찍는 정도 역할이니 이 음악에 대고 메탈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쓰와 카바레 분위기를 은은하게 내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할 이들 중에는 아마 프로그 팬만큼이나 메탈헤드가 많을 것이다. 사실 훗날의 Current 93의 음악이 이 앨범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Hurdy Gurdy,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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