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 Harvest는 꽤 생소한 이름이다. Kishor Haulenbeek이라는 이름만 봐선 국적을 짐작할 수 없는 미국 뮤지션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프로젝트인데, 이 분의 커리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utumn Tears의 “The Origin of Sleep” EP의 커버아트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넘쳐나는 듣보잡 밴드들 중 하나라고 소개하는 게 사실 더 맞을 것이다. 물론 수많은 골방 프로젝트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어쨌든 어엿한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매했지만, Oak Knoll이 사실 발매작의 퀄리티를 담보하는 이름은 아니긴 하므로 그 점을 신경쓴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각설하고.
“Abject”는 밴드가 Oak Knoll을 떠나 내놓은 첫 앨범인데,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하는 모양이지만 피지컬로 앨범을 내놓은 건 이게 마지막이므로 이 앨범 이후에는 활동이 변변찮다고 해도 좋을지도? 그런데 이 1인 프로젝트의 음악이 꽤 수준이 높은 테크니컬 blackend-death라는 건 꽤 의외다. 굳이 비교하자면 Extol이 블랙메탈의 기운을 좀 더 머금으면 될 법한 스타일인데, 그런가 하면 ‘The Beggar’s Song’ 같은 곡은 소시적 Opeth마냥 어쿠스틱한 연주로 분위기를 가져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한 10년만 일찍 나왔으면 대단한 명작… 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작이란 정도는 충분히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레이블이 있는 게 낫다고 전작보다 확실히 밋밋해진 녹음이 좀 아쉽지만 좋은 앨범이다.
[Self-financed,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