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d Buens Ende를 들은 김에 간만에 Virus까지. 대개 얘기하는 것이 이 Virus가 Ved Buens Ende의 사실상의 후신 밴드라는 것인데, 음악이야 어쨌건 밴드의 핵심이었던 Czral이 재차 중심이 되어 만든 밴드이고, Czral과 함께 Virus를 시작한 멤버들이 Ved Buens Ende 재결성에 참여했던만큼 그게 괜한 얘기랄 것도 아니긴 하고, 확실히 “The Black Flux” 같은 앨범을 듣고 “Written in Waters”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신기할 얘기긴 하다.

그런 면에서 Virus가 Ved Buens Ende의 그림자를 슬슬 벗어나기 시작한(벗어났다기보단 그림자 주변을 맴도는 데 가깝지만) 앨범은 “The Agent That Shapes the Desert”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블랙메탈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고 사실 메탈적이지 않은 부분도 많은 Ved Buens Ende였지만, Virus의 이 앨범에 와서는 이제 블랙메탈의 기운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Written in Waters”의 흔적이 많이 묻어나는 걸 생각하면 꽤 의외인 모습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 Czral은 Ved Buens Ende나 Virus의 음악을 블랙메탈의 범주에서 얘기하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앨범에 와서는 Opeth류나 보통 ‘프로그레시브’하다는 메탈 음악에서 등장하는 솔로잉이나 드라마틱한 구성 등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에너제틱한 리듬감을 갖고 있지만 꽤나 건조한 구석이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 면에서는 “A Pleasant Shade of Grey”를 들었을 때의 당혹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Dead Cities of Syria’ 같은 곡의 프로그레시브는 비교적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고, ‘Chromium Sun’의 은근히 댄서블한 디스코 비트는 장난기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앨범을 여러 번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음악이다.

[Duplicat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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