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유명한 포크 클래식…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프렌치 포크의 명작인데 내가 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일단 오리지널은 말할 것도 없이 비싸고(일단 잘 보이지도 않음) Amber Soundroom의 재발매 LP도 상태 좀 괜찮다 싶으면 60유로를 뛰어넘는 얼척없는 가격을 보여주는지라 구하기가 좀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미디어아르떼 재발매 CD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뭐 요새는 미디어아르떼 CD도 거의 안 보이더라.
음악은 아무래도 Incredible String Band 같은 이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미디벌 포크인데, 바이올린, 기타, 덜시머, 스피넷 등이 어우러진 연주에 남녀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류이지만 애시드하다 못해 때로는 ‘불온한'(달리 말하면 pagan한) 기운도 엿보이는 Incredible String Band나 Spirogyra 같은 부류에 비하면 이들은 확실히 ‘안온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해질무렵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흔들의자에 앉은 할아버지는 담배를 뻐끔거리고 할머니는 저녁으로 먹을 빵과 스프를 준비하며 옆에 손자 또는 손녀는 혼자 놀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법한 정경에 어울리는 포크라고 할까?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길게 쓰는가) 말하자면 중세풍의 포크지만 그 시절의 ‘weird folk’ 류의 밴드와는 궤를 달리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자칫하면 무척 심심해질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따뜻한 서정을 제대로 보여주는지라 난 포크 같은 건 무조건 안 들어요 하는 이가 아니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이제는 이런 류의 서정은 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Dark Eyed Sailor’는 지금도 꽤 자주 찾아 듣는다.
[Disques Iris,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