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tar를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가장 타자를 못 치는 블랙메탈 밴드는? Ohtar’ 같은 천인공로할 개그를 던지던 양반인지라 이 밴드에 대한 인상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사실 한국말로 옮기면 오타가 아니라 이실두르의 종자였던 오흐타르가 맞겠으나 생각해 보면 이실두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판에 그 종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리븐델에 나르실의 파편을 가져다 준 공로가 있다지만 영화에도 안 나오더라.

그래도 한창 쏟아져 나오던 폴란드 NSBM 밴드들 가운데에서는 좀 덜 노골적인 사례에 속할 것이다. 멤버 전원이 Dark Fury나 Thor’s Hammer 출신이니 NSBM의 혐의를 벗을 순 없겠지만 커리어 내내 기복 없이 증오를 쏟아대던 저 밴드들에 비해 Ohtar는 초기의 빼도박도 못할 NSBM의 기운을 언제부턴가(아마도 “Petrified Breath of Hope”부터가 아닐까 싶다) 감추고 있고, 덕분에 NSBM의 거래 자체를 막는 사이트들에서도 Ohtar의 앨범들은 웬만하면 풀어주고 있는만큼 그래도 사정이 좀 낫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럼 이 밴드의 음악을 뭐라고 해야 하나? Selbstmord나 Dark Fury 같은 동향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느슨한 템포의 블랙메탈이고 앨범이 다루는 이야기도 확실히 DSBM에 가깝지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지금에 와서 통상 ‘depressive’라고 부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차가우면서도 최면적인 분위기에 중점을 둔 블랙메탈이라 하는 게 더 나을 것이고, 어찌 생각하면 징징거리는 모습을 걷어낸 황량한 분위기에 집중한 류의 DSBM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The End Is Not Coming, Not Yet…’ 같은 곡의 세상 다 끝났다는 분위기는 분명히 인상적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앨범인 “Emptiness”에서 더 노골적이겠지만 이 앨범이 좀 덜 징징대는 편이므로 밴드의 예전 모습이 좋았던 이라면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Deathr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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