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심포닉을 강조하다 못해 오케스트라까지 나아가는 류의 블랙메탈 밴드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케스트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시도가 보여주는 ‘거대한’ ‘장엄한’ 부류의 사운드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는 게 싫은 게 아닐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I Loved You at Your Darkest”부터의 Behemoth도 이제는 이쪽으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이미 “Evangelion”부터는 Nuclear Blast에서 앨범이 나오는 업계 슈퍼스타의 넘치는 자긍심이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추구하도록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Behemoth의 앨범들 중 “Grom”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곤란할 노릇이다)
그리고 어쨌든 Behemoth는 “I Loved You at Your Darkest”에 이르기까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계속해서 얼마간의 변화를 보여주었던 밴드였는데, 지난 “Opvs Contra Natvram”은 “I Loved You at Your Darkest”보다 좀 더 웅장하긴 했지만 어쨌든 동일한 스타일에 정착해 가는 밴드의 양상을 보여주었고, 그런 면에서 “The Shit ov God”은 나로서는 색안경을 끼고 볼 만한 많은 요소들을 두루 가지고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Behemoth는 그렇게 삐딱하게 보더라도 충분히 괜찮게 들리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밴드인지라 이 앨범도 나쁘지 않다. ‘Nomen Barbarvm’이나 ‘O, Venvs Come!’은 풍요로운 심포닉 가운데 차가운 분위기를 솜씨 좋게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늘 그랬듯 밴드의 연주는 무지막지하고, 특히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디를 줄이면서 파괴적인 면모에 집중하는 모습에 감흥을 얻을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Behemoth의 자기복제가 시작됐다는 느낌도 지울 순 없어 보인다. 복제한 원본의 퀄리티가 훌륭하다지만 그런 면에서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재미없는 축에 속할 사례일 것이다. 이렇게 잘 하는데 재미가 없다니 그냥 내 귀가 문제인가?
[Nuclear Blas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