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arnator는 Zyphrianus라는 양반이 혼자서 하던 1992년에 두 장의 데모만을 남기고 사라진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이다. 사실 이런 식의 밴드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꽤 많을 것이고 이쪽 음악의 인재풀이 그리 넓지 않은고로 실력자라면 여기저기 다양한 밴드에서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90년대 초중반의 노르웨이는 더했음을 생각하면 이 원맨 밴드의 데모 모음집(그래봐야 3곡밖에 되지 않는다)에 많은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 이름도 처음 보는 레이블도 검색해 보니 이 모음집을 포함하여 3장의 발매작이 전부 부틀렉이니 이 지점에서 앨범에 대한 기대는 또 한번 깎여나간다. 암만 노르웨이 블랙메탈 팬을 자처한다지만 이래서야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음악은 기대 이상으로 귀를 잡아끄는 편이다. 1992년이니 Bathory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 당연한데 기대 이상으로 차가운 분위기와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중간중간 타이트하게 밀어붙이기도 하는 드럼(좀 느려서 그렇지 D-beat 스타일이긴 하다)은 생전 Euronymous가 이 밴드를 Deathlike Silence에서 발표하는 걸 검토했다는 트리비아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한다. 거칠긴 하지만 1992년의 블랙메탈 데모치고는 음질도 꽤 준수한 편이다. 이미 “A Blaze in the Northern Sky”가 나온 시점에서 이걸 대단한 음악이라 하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겠지만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팬이라면 관심을 가져봄직한 수준은 충분해 보인다.

그렇지만 13분도 안 되는 이 앨범도 부틀렉이라고 해 봐야 싸지도 않고, 오히려 오리지널 데모는 비싸서 그렇지(대충 60유로 수준) 꽤 자주 보이는 편인지라, 어느 쪽을 사던 본전 생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컬렉션의 측면에선 차라리 오리지널 데모를 찾는 게 더 나을지도.

[Bang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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