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밴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O.W.G.A라는 영국 뮤지션의 원맨 프로젝트지만 활동하는 곳은 프랑스라고 하고, 처음에는 포크로 시작했다가 2020년의 “Ascetic Invocation”부터 본격적으로 블랙메탈을 연주했다고 한다. 저 웃기는 이름의 레이블은 뭐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O.W.G.A가 운영하는 곳이라 하니 아무래도 자기 앨범 내려고 구멍가게만한 레이블을 하나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없어보이는 레이블과 나무꾼도 아니고 21세기에 이게 뭔가 싶은 앨범 커버를 생각하면 음악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Garm과도 닮은 구석이 있는 클린 보컬이 어우러진 멜로딕한 블랙메탈… 인지라 결국 “Bergtatt” 시절의 Ulver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Auld Ridge가 Ulver보다는 좀 더 화려하고 변화가 심한 리프를 내세우는 편이고, 스래쉬한 면도 있는지라 Ulver보다는 달리는 맛이 있다. ‘Fyrir dauða ok dýrð við enska brúna’ 같은 곡이 그런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편인데, 무엇보다 원맨 밴드치고 무척이나 안정된 연주가 이 밴드를 수많은 골방 블랙메탈 밴드와는 다른 경지로 올려놓는다. 과하지 않게 신서사이저와 어쿠스틱 패시지를 등장시키는 모습(특히 ‘Henmaen, Gothur Hanes Etta Gweleth’)도 인상적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Garm스러운 클린 보컬을 뺀다면 사실 Ulver보다는 Windir와 비교하는 게 맞아 보인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이제야 이 밴드를 알게 된 게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멜로디가 좀 뽕끼가 강하다고 느끼거나 중간중간 감출 수 없는 싼티나는 건반에 질색할 이도 없진 않겠지만 멋진 앨범이다.
[The Hermetic Order of Ytene,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