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밴드가 아직 살아있었다는 게 조금 놀라운 2025년 신작. 2010년작 “Expedition Autarktis” 이후 15년만의 신작이라는데, 나로서는 72분짜리 앨범을 CD 3장으로 나누어 내놓는 미친짓을 보여준 “Leben und Lebenswille” 이후 이 밴드를 거의 잊고 있었으므로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만듦새를 떠나 Bergthron 이름을 달았으면서도 블랙메탈 기운을 거의 빼고 내놓은 앨범이라 실망했던 것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나온 앨범은 일단 블랙메탈이다. 그로울링이 살짝 나오긴 하지만 어쿠스틱한 포크와 어떻게 봐도 블랙메탈이라 하긴 어려워 보였던 Rammstein풍 클린 보컬의 헤비메탈(처음 듣고 솔직히 뭐하는 짓인가 싶었음)이 어우러진 “Leben und Lebenswille”를 생각하면 어쨌든 밴드의 초창기 맛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던전 신스풍 건반이 돋보이는 Atmospheric 블랙의 전형에 가까운 초창기에 비해서는 훨씬 현대적인 사운드이다. ‘Gefangene der Polarnacht’ 같은 곡의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은 기존의 앨범에서 볼 수 없었던 면모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다룬 블랙메탈 웹진보다 프로그레시브 웹진이 훨씬 많이 보인다는 사실은 생각하면 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밴드의 초창기 모습을 잘 모르고 소위 아방가르드 블랙메탈을 좋아하는 이라면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밴드의 과거를 떠나서 일단 웰메이드인 건 맞긴 맞으므로 한번쯤은 기회를 줘봐도 좋을지도.

[Trollzor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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