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하기 그지없던 초창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블랙메탈계의 락스타에 많이 가까워진 Shining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레이블을 정말 꽤나 자주 바꾼 사례이고, 이 밴드가 드라마틱할 정도로 방향성을 튼 적은 없지만 레이블의 변화와 함께 스타일도 조금씩은 레이블에 맞췄는지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Depressive라는 수식어에 가장 어울릴 정도로 어두웠던 1, 2집은 Selbstmord Services에서, 이후 좀 더 유연하면서도 복잡한 전개의 3, 4집은 Avantgarde Music에서, 이후 좀 더 정통적이면서도 시원하게 후려치던 5, 6집은 Osmose에서, 그보다도 좀 더 흥겨웠던 7, 8집은 Spinefarm에서 나왔다. 일부러 이랬는지는 모르지만 평론가라면 아마 꽤 많은 쓸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다른 이들의 과제일 테니 이쯤에서 접어두고.
그래도 어쨌든 Depressive한 분위기만큼은 꾸준하게 가져간 Shining의 발매작 중에서 가장 특이한 한 장을 고른다면 Spinefarm에서 나온 이 EP가 아닐까? “VII: Född Förlorare”부터는 확실히 메인스트림에 가까워진 음악을 연주하긴 했지만 예전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Katatonia의 커버(‘For my Demons’)는 물론이고, 나머지는 아예 Kent나 Imperiet처럼 메탈과 상관없는 넘버들을 음울한 무드의 ‘발라드’로 커버하고 있으니 Shining이라는 밴드는 물론이고 Niklas Kvarforth라는 보컬리스트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독특한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Peter Bjärgö의 코칭 덕분인지 Niklas는 원래 이렇게 노래를 잘 했었나 싶을 정도로 수려한 보컬을 들려주고, 원곡들이 괜찮은 멜로디의 팝이었던지라 밴드의 발매작들 중에서는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한 장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보컬이 다르고 묵직하게 편곡되었다는 정도를 빼면 원곡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내는 데 주력한 듯한 음악인지라 Shining의 이름을 지우고 듣는다면 그리 재미있는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Shining이라는 이름이 이런 음악에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자는 Niklas 같은 얼굴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고도 하던데… 뭐 노래 잘 하는 게 죄는 아니니 이만 넘어간다.
[Spinefarm, 2012]